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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서성한 공대 편입 합격생의 수험생활 썰 #2

안녕하세요.

튜나편입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송두원T 입니다. ​

지난번 1편에서는 6월까지의 수험생활에 대해 이야기 했었죠. 2~3월 쯤 공부를 시작해 하루 순공시간 14시간을 넘게 찍으며 무식하게 공부하다가 4~5월쯤엔 순공시간이 12시간 정도로 줄어들었고, 6월에는 여러가지 이유와 스트레스로 인해 순공시간이 8~9시간정도로 줄어들며 동시에 살도 10kg이 빠져버리는 지경까지 갔었습니다. 이제 시험까지 6개월이나 남았는데 남은 기간을 어떻게 하면 다시 정신차리고 효율적으로 보낼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내린 특단의 조치에 대해 이야기 해보도록할게요!

특단의조치

 

6월 한 달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던 저는 깨달았습니다. 나는 나 자신이 나를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자신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실겁니다. 흔히들 메타인지라고 하죠. 열정이 식어가서 나를 통제할 수단이 없으니 자꾸 밖으로 나가 놀고, 친구만나고, 술먹고, 공부안하고 악순환이 이어진거에요. 그래서 저는 ‘내가 통제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내가 스스로 나 자신을 변화시키지 못한다면, 상황이 나를 변화시키도록 만든 것이죠.

상황을 변화시키기로 마음먹고 바로 미용실에가 군 입대할 때 처럼 머리를 빡빡이로 밀었습니다. 군대 전역하고 다시는 밀 일이 없을 것 같았던 머리를 그냥 밀었습니다. 머리를 밀면 창피해서라도 밖에 안나가겠지, 동네에서 못놀겠지 라는 마음도 있었고, 누군가가 ‘송두원은 공부하겠다고 머리까지 밀었네’ 라는 말을 하고 다닐테니 공부를 안하면 창피해서 얼굴을 못들고 다니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어렸을때부터 잠에 미쳐있었다고 이야기 했었죠? 잠을 줄일수는 없었습니다. 잠을 줄여봤지만 효율적이지 못하단걸 깨달았기 때문이죠. 근데 문제는 아침에 일어나는걸 진짜 못했습니다. 아침에 강제로 일어나서 나를 누가 혼내줬으면 좋겠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노량진 고시원으로 갔습니다. 집에서 노량진까지 30분도 안걸리는데 그냥 고시원가서 남은 6개월 다시 불태우겠다고 마음 먹고 고시원을 잡았죠. 고시원은 아침에 저를 무슨일이 있어도 일어나게 해주는 분이 있었기 때문에, 월세나 방이나 인테리어나 이런거 안따지고 오직 ‘기상’을 위해 들어갔습니다.

7월이 시작되며 날씨는 더욱 더워졌지만, 상황을 바꿔놓아서 그런지 정말 상황이 나를 바꾸더군요. 머리가 빡빡이라 친구들 만나기도 창피해서 안만나고, 아침마다 고시원 아저씨가 깨워주니 6월 한 달동안 날렸던 순공시간 100시간이 다시 7월에 전부 복구되었습니다. 공부시간이 늘어나니 당연히 모의고사 점수도 올라가고 다시 자신감이 올라갔습니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지쳐쓰러지지 않기 위해 밥도 정말 열심히 많이 먹었었던 것 같아요 ㅋㅋㅋ.. 빠졌던 10kg이 20kg이 돼서 돌아왔었죠. 뚱땡이가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괜찮았습니다. 편입 합격 하고 빼면 되니까요 ㅎㅎ 이렇게 순공시간을 쭉 유지하며 7월, 8월, 9월까지 무난하게 흘러갔습니다. 그러나 1년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이 수험생활 기간동안 슬럼프가 두 번이나 올 것이라는 것은 상상하지도 못했죠…

두 번째 슬럼프

 

2월부터 9월까지 공부를 이어나가며 슬럼프도 있었고 많은 힘든 일도 있었지만, 다시 정신차린 이후로부터는 점수가 꾸준히 오르기만 했습니다. 수학은 아직 다 진도를 나가지 못해 기출문제를 못풀었지만, 영어는 어느정도 실력이 쌓였다고 판단하여 9월부터 슬슬 기출문제를 풀었죠. 9월쯤이 제 영어 실력의 전성기였습니다. 대형편입학원 모의고사에서 극 상위권에 들기도 했고, 조금 쉬운 학교 영어 문제를 풀면 1개~2개 틀리는 정도였죠. 지금 생각해보면 전 이과인데 영어를 진짜 일반편입 문과애들만큼 했던 것 같습니다. 영어에 자신감이 팍 올랐죠.

영어 점수가 안정화가 되니 이제 수학에 시간 투자를 엄청 많이 하기 시작했습니다. 영어 점수를 유지하면서 수학 공부 비율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던 중 사고가 터져버렸습니다. 영어 기출문제 풀이를 하는데, 그 어렵다는 ‘서강대’ 영어 기출을 풀어보기로 마음 먹고 시험을 봤는데.. 이게 뭐라 설명해야하지.. 어렵다의 범주를 아득히 넘어가버린 느낌이 났습니다. 시험을 보는 한 시간동안 푼 문제중 정말 단 한문제도 내가 정확히 맞췄다라는 느낌을 받은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는데, 나름 영어도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시험 점수가 거의 다 찍어서 50점도 안나와버렸고 멘탈이 많이 깨졌습니다.

서강대가 어려워서 그렇다라는 핑계를 대며 다른 학교 문제를 풀어봤지만, 서강대 영어 문제 때문에 받은 그 충격으로 인해 그냥 나의 영어실력이 다 무너져버렸습니다. 한순간에 영어의 감을 전부 잃어버린 느낌이 들었죠. 지금까지 공부를 잘못된 방향으로 했었던 건가? 원래 내가 영어를 좀 못했는데 운이 좋아서 시험을 잘봤던건가? 수학공부비율을 늘리다보니 영어 점수가 떨어진건가? 여러가지 고민을 해봤지만, 이미 집나간 영어점수는 돌아올 생각을 안하고 심리적인 부담감인지 영어가 읽히지를 않았습니다.

10월이 되어도 공부시간이 줄어들진 않았지만 시험도 얼마 안남은 시점인데 계속 불안하기만 해져갔습니다. 독해의 감을 전부 잃어버려 글이 읽히지를 않았습니다. 어휘는 아는데 이 독해 지문이 무엇을 말하고있는지가 파악이 안되었어요. 수학 비율을 늘린 탓일 수도 있지만.. 하루 아침에 이렇게 되는게 말이되나 싶을정도로 많이 좌절했던 것 같네요.

영어점수 올리기

 

하루아침에 영어 점수가 바닥으로 박혔습니다. 수학 비율을 올려서 공부하고 있으니 당연히 수학 점수는 슬슬 올라갔지만 집 나간 영어점수를 어떻게든 다시 복구하고싶었죠. 고민했습니다. 글이 왜 읽히지 않을까? 어휘도 아는데 독해 지문이 왜 눈에 들어오지 않을까? 영어의 문제일까 나의 국어 능력의 문제일까? 고민을 했고, 그 날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던 중 그냥 갑자기 벌떡 일어나 교보문고로 갔습니다. 교보문고에 있는 책 중 제일 어려워 보이는 책을 봤습니다. ‘정의란 무엇인가’ 라는 책이였죠. 한국어로 번역되어 있는 책이였습니다. 그 책을 구매했어요. 이 책은 어찌됐든 영어로 써져있던 책이고 그 책을 한국의 똑똑한 번역가 선생님이 보기 좋게 번역을 해놨을거기 때문에, 나의 국어 능력도 올리고 영어로 써진 책의 논리 구조를 파악하는 실력을 올릴 수 있겠다 싶었어요.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한국어로 번역된 책을 처음부터 읽어나갔습니다. 영어 공부를 할 때처럼 말이죠. 아무생각없이 읽는 것이 아니라, 이 다음 문장에는 어떤 문장이 나올까를 계속해서 고민하고 생각하며 한 문장 한 문장 정성스레 읽었습니다. 글쓴이와 계속 대화를 하는 식으로 말이죠. 또한 이 글쓴이가 결국에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나에게 전해주려는 정보가 무엇인가? 등등을 끊임없이 고민했습니다. 이때 처음으로 어려서부터 책을 안읽은 나 자신을 후회했습니다. 여튼 정의란 무엇인가 책을 읽으며 영어의 기초 어휘와 구문에 다시 집중하여 공부를 하기 시작했고 어느새 영어 점수가 슬슬 복구되고 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FINAL

영어 점수가 슬슬 복구는 되었으나, 9월달 전성기 시절의 영어 점수까지 오르진 못했습니다. 아마 수학 공부 비율이 급격하게 늘어난 탓이겠죠. 그래도 나름 최선을 다해 만족스러운 점수까지 오른 후 부터는 영어든 수학이든 죽어라 기출을 풀었습니다. 이때부터는 순공 시간, 공부 비율 이런거 따지지도 않는 경지까지 갔죠. 그냥 기계처럼 공부했어요. 기계처럼 어휘 외우고, 영어 문제 풀고, 기계처럼 수학 기출 문제 풀고.. ㅋㅋㅋㅋ

얼마 안남아서 설레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했지만, 저는 기대가 되었습니다. 1년동안 열심히 공부했고, 정말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고 자부할 수 있을정도로 공부했죠. 저보다 공부 많이 한 사람이 있긴 하겠지만, 그래도 저는 다시 태어나도 이번 1년 만큼은 열심히 못산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서성한을 목표로 공부를 했지만, 만약 내가 인서울 하위권 학교만 간신히 붙는다 하더라도 혹은 올킬이 나더라도 후회없이 공부했기 때문에 미련이 없었고, 재수나 삼수는 생각도 안했습니다. 이후 준비를 쭉 이어나가며 시험을 보러 다녔고, 최종적으로는 서강대학교 입학에 성공했죠.

좀 많이 글이 길었네요. 짧게 하려 했으나 1편, 2편으로 나뉘어져 버렸어요. 수험생활 풀 스토리는 너무 길다보니 수업시간에 이야기 한적이 단 한번도 없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와서 다행이네요 ㅎㅎ 글이 두서가 없긴 했지만, 여러분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전부 다 한 것 같아요. 정리를 해보면

  1. 무식하게 밥먹는 시간도 아끼면서 사법고시 공부하듯 하는 공부는 지치기 마련이다.

  2. 아무리 건강하고 멘탈이 좋아도 슬럼프는 반드시 온다.

  3. 슬럼프는 한번만 오는게 아니라 두번 세번 올 수있다.

  4. 내가 나를 통제할 수 없다면, 상황이 나를 통제할 수 있도록 상황을 변화시켜라.

  5. 학교마다 영어시험 난이도는 천차 만별이다.

  6. 영어 점수가 떨어진다면 영어의 문제인지 국어의 문제인지 고민해보아라.

  7.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공부해라

  8. 1년의 시간을 돌려준다고 해도 단칼에 거절할 수 있을 정도로 후회없이 공부해라.

  9. 다 떨어지더라도 미련이 없을 정도로 공부해라.

  10. 재수 생각이 나면 미련이 남은 것이다. 재수해도 똑같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이다.

이렇게 10가지 정도로 정리가 되겠네요. 이번 글을 읽고 여러분들의 수험생활에 있어 도움이 될만한 부분을 잘 찾아 보시면 좋겠고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지쳐도 힘내서 수험생활을 잘 마무리 해보도록 합시다. 긴 글 읽으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