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원T)
안녕하세요. 튜나편입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송두원T입니다.
지난번 1편에서는 6월까지의 처절했던 수험 생활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이제 시험까지 남은 6개월, 다시 찾아온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 제가 내렸던 ‘특단의 조치’와 그 속에서 얻은 깨달음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공부 슬럼프 극복, 빡빡이와 고시원 그리고 ‘정의란 무엇인가’ (송두원T 칼럼 2편)
[편입 슬럼프 / 공시생 슬럼프 / 수험생 멘탈관리 / 공부법]
🚨 1단계: 나를 통제할 수 없을 때, 상황을 통제하라
6월 한 달을 어영부영 보낸 저는 깨달았습니다. ‘나는 나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이구나.’ 자신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인정하는 것, 즉 ‘메타인지’가 모든 해결의 시작입니다. 열정이 식으니 통제할 수단이 없어졌고, 자꾸 밖으로 나가 놀고, 술 마시고, 공부 안 하는 악순환이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내가 통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내 의지로 나를 변화시키지 못한다면, 상황이 나를 변화시키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조치 1: 삭발
바로 미용실에 가 군 입대할 때처럼 머리를 빡빡 밀었습니다. 다시는 밀 일이 없을 것 같았던 머리를요. ‘창피해서라도 밖에 안 나가겠지’, ‘동네에서 못 놀겠지’ 라는 마음, 그리고 ‘송두원은 공부하겠다고 머리까지 밀었네’라는 주변의 시선으로 스스로를 공부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가뒀습니다.
조치 2: 노량진 고시원
잠을 줄일 수는 없었지만, 아침에 일어나는 걸 정말 못했습니다. 그래서 ‘기상’만을 위해 노량진 고시원으로 갔습니다. 아침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깨워주는 분이 계셨기에, 방의 상태나 월세는 따지지 않았습니다. 오직 강제적인 기상을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결과는 즉각적이었습니다. 머리가 빡빡이라 친구들을 만날 수 없었고,
아침마다 고시원 아저씨가 깨워주시니, 6월에 날렸던 순공 시간 100시간이 7월에 전부 복구되었습니다. 공부 시간이 늘자 모의고사 점수도, 자신감도 다시 올라갔습니다.
😱 2단계: 두 번째 슬럼프, 영어가 읽히지 않는 공포
9월, 제 영어 실력은 전성기였습니다. 대형 학원 모의고사에서 극상위권에 들고, 웬만한 학교 영어는 1~2개 틀리는 정도였죠. 영어에 자신감이 붙자 수학에 엄청난 시간을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사고가 터졌습니다. 그 어렵다는 ‘서강대’ 영어 기출을 풀어봤는데… 단 한 문제도 ‘내가 정확히 맞혔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 점수는 50점도 안 나왔고, 멘탈이 완전히 깨졌습니다.
서강대가 어려워서 그렇다는 핑계를 대며 다른 학교 문제를 풀어봤지만, 한번 받은 충격으로 영어 실력 자체가 무너져 버렸습니다. 한순간에 영어의 감을 전부 잃어버린 느낌. 어휘는 아는데, 독해 지문이 무엇을 말하는지 파악이 안 되었습니다. 10월이 되어도 나아지지 않았고, 시험은 다가오는데 글이 읽히지 않는 공포가 저를 덮쳤습니다.
📚 3단계: 나만의 처방전, ‘정의란 무엇인가’
고민했습니다. ‘글이 왜 읽히지 않을까? 영어의 문제일까, 나의 국어 능력 문제일까?’ 그날 저는 독서실에서 벌떡 일어나 교보문고로 갔습니다. 그리고 가장 어려워 보이는 책, ‘정의란 무엇인가’ 한국어 번역본을 샀습니다.
이 책은 어차피 영어 원서를 한국의 똑똑한 번역가가 논리적으로 번역했을 것이기에, ‘나의 국어 능력과 영어로 된 글의 논리 구조 파악 능력을 동시에 올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그 책을 영어 공부하듯 읽었습니다. 다음 문장을 예측하고, 글쓴이와 대화하듯, 이 글이 궁극적으로 무엇을 말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며 한 문장 한 문장 정성 들여 읽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어려서부터 책을 안 읽은 제 자신을 후회했습니다. 그렇게 ‘정의란 무엇인가’를 독파하며, 영어의 기초 어휘와 구문에 다시 집중하자 어느새 영어 점수가 슬슬 복구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 FINAL: 기계가 되어 달리다
영어 점수가 복구되었지만, 9월 전성기만큼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부터는 순공 시간, 공부 비율 같은 건 따지지 않았습니다. 그냥 기계처럼 공부했습니다. 기계처럼 어휘를 외우고, 기계처럼 영어와 수학 기출 문제를 풀었습니다.
1년 동안 정말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고 자부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태어나도 이번 1년만큼은 열심히 못 산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서성한을 목표로 했지만, 설령 인서울 하위권에 붙거나 올킬을 당하더라도 후회 없이 공부했기에 미련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시험을 보러 다녔고, 최종적으로는 서강대학교 입학에 성공했습니다.
💡 최종 정리: 편입 성공을 위한 10가지 현실 조언
- 무식하게 밥 먹는 시간까지 아끼는 공부는 반드시 지친다.
- 아무리 멘탈이 강해도 슬럼프는 반드시 온다.
- 슬럼프는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세 번 올 수 있다.
- 내 의지로 나를 통제할 수 없다면, 상황이 나를 통제하도록 만들어라.
- 학교마다 시험 난이도는 천차만별이다. 한두 번의 시험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마라.
- 점수가 떨어진다면, 영어 자체의 문제인지, 글을 이해하는 능력의 문제인지 고민해보아라.
-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공부해라.
- 1년의 시간을 돌려준다고 해도 단칼에 거절할 수 있을 정도로 후회 없이 공부해라.
- 다 떨어지더라도 미련이 없을 정도로 공부해라.
- 재수 생각이 난다면, 그건 미련이 남은 것이다. 재수해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이다.
긴 글 읽어주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