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2026학년도 상위권 편입 시험지에서 자기완결적인 독해 지문 315편을 골라 길이·문항 유형·주제·어휘 난도를 전수 측정했다. 10년간 실제로 무엇이 변했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분석 지문 315편 · 문항 660개대상 12개 대학 · 2016~2026학년도TUNA 어휘 밴드 DB 7,165어 기준
315품질 게이트를 통과한 지문
27→5%300단어 이상 장문 비율 (2016→2025)
25%10년 내내 1위 — 빈칸추론 비중
2710년 누적 논리형 문항 (삽입·순서·무관)
55%맥락이 잘려 교재에 못 쓰는 지문
지문은 길어지지 않았다. 대신 짧아지고, 잘게 쪼개지고, 문항이 논리 쪽으로 옮겨 갔다.
10년간 평균 지문 길이는 230~258단어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무너진 것은 분포의 오른쪽 꼬리다 — 300단어를 넘는 지문이 네 편 중 한 편에서 스무 편 중 한 편으로 줄었다. 어휘 난도는 완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숫자에는 측정 편향이 섞여 있다.
§ 01
지문 길이 — 장문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평균 길이는 10년간 ±13단어 범위에서 진동했다. 변한 것은 상단이다. 300단어 이상 지문이 2016년 네 편 중 한 편이었다가 2025년 스무 편 중 한 편으로 줄었다. 시험은 지문을 늘린 것이 아니라 잘라서 여러 개로 쪼갠 것이다.
왼쪽은 평균, 오른쪽은 분포의 상단. 평균이 고정된 채 장문 비율만 무너지는 것이 이 10년의 실제 모양이다. 2018·2020학년도는 이번 수확에서 제외됐다.
교재 설계에 주는 답500단어 이상 ‘진짜 장문’은 기출에 거의 없다. 2016·2017·2019·2021학년도 상위권 전체에서 한 편도 확인되지 않았고, 최장은 대체로 400~460단어다. 장문 훈련은 실전 재현이 아니라 지구력 확장으로 규정해야 정직하다. 대학별 재현 세트는 300~550단어(중앙대·숭실대형)가 사실에 맞는 구간이다.
대학별 체형 — 길이와 세트 밀도, 두 축
가로축은 지문 평균 길이, 세로축은 지문당 문항 수. 원 크기는 수확 편수. 오른쪽 위(긴 지문 · 다문항)에 숭실대가, 왼쪽 위에 한국외대가, 아래쪽에 중앙대·인하대·한양대가 자리한다. 지망 대학이 다르면 훈련의 리듬 자체가 달라야 한다는 뜻이다.
대학
지문수
평균 단어
세트당 문항
성격
숭실대
29
319.5
2.72
긴 지문 · 다문항 세트
중앙대
34
303.7
1.50
긴 지문 · 단일 문항
홍익대
5
299.2
2.40
긴 지문
성균관대
41
254.3
2.46
중간 길이 · 세트형
이화여대
18
248.4
2.56
중간 · 세트형
서강대
28
223.5
2.29
짧은 지문 · 세트형
인하대
33
217.3
1.48
짧은 지문 · 단일 문항
한국외대
45
216.3
2.58
짧은 지문 · 다문항
경희대
26
211.1
1.92
짧은 지문
한양대
39
208.5
1.54
짧은 지문 · 단일 문항
§ 02
문항 유형 — 빈칸이 지배하고, 논리형이 파도친다
빈칸추론은 10년 내내 부동의 1위였다. 전 문항의 대체로 4분의 1이다. 반면 2022년까지 내려앉던 사실확인형(일치·불일치)은 최근 다시 올라오고 있다 — 시험이 “읽고 대조하는” 기본기를 되묻는 쪽으로 돌아섰다는 신호다.
빈칸추론추론사실확인(일치+불일치)
유형 태깅이 완료된 2016~2022학년도. 2023학년도 이후는 발문 자동 분류라 미분류분이 있어 같은 축에 올리지 않았다.논리형(문장삽입·순서배열·무관문장) 문항 수. 10년 누적 27문항 — 삽입 16 · 순서 7 · 무관 4가 전부다. 2019·2021·2022학년도에 몰려 있다.
교재 설계에 주는 답논리편은 기출로 채울 수 없다. 10년을 다 긁어도 27문항이다. 기출은 유형의 형식(발문 문구·선택지 구조·위치 표시 방식)을 재현하는 스펙으로 쓰고, 문항 자체는 새로 만들어야 하는 구조다.
§ 03
어휘 난도 — 숫자는 완화, 해석은 신중히
지문당 ‘모르는 단어'(TUNA 밴드 DB 밖 어휘)는 2019학년도 8.4개에서 최근 5개 안팎으로 줄었다. 그런데 이 숫자를 그대로 믿으면 안 된다.
지문당 별표 어휘 수. 회색 구간(2023~2025)은 어휘 DB 보정에 해당 연도 지문이 코퍼스로 들어간 구간이라, 최근 단어일수록 DB에 있을 확률이 높다 — 연도 간 절대 비교가 성립하지 않는다.
측정 편향 고지어휘 밴드 DB를 만들 때 2023~2025학년도 지문을 코퍼스에 포함했다. 최근 연도의 커버리지가 높게 나오는 데는 이 순환이 섞여 있다. 편향을 걷어내고도 남는 사실은 연도가 아니라 대학 편차가 크다는 것이다 — 세종대 93.9% · 홍익대 94.0% · 이화여대 94.6%인 반면 건국대는 97.9%다. 어휘 처방은 연도 단위가 아니라 지망 대학 단위로 해야 한다.
§ 04
주제 — 사회가 기본, 사상사가 파도
사회 분야가 언제나 최다(17~27%)이고 과학·심리교육이 뒤를 받친다. 그 위에 시사가 얹힌다 — 2021~2022학년도는 팬데믹·원격근무·메타버스가 전 대학에 걸쳐 나왔고, 2021년 이후 AI·기계학습이 최다 빈출 소재로 고정됐다.
연도별 주제 비중(%). 진할수록 비중이 높다. 사상사(思想史)가 2019학년도에 18.2%로 솟았다가 가라앉고, 2026학년도에 다시 급증한 것이 이 표 바깥의 가장 큰 변화다.
2026학년도 관찰탈식민·포스트휴먼 비판이론이 상위권에 몰려 들어왔다. 서강대는 해러웨이·버틀러·닉슨·아쉬크로프트·한병철 계열로 사실상 대학원 이론 강독 수준의 지문을 냈고, 한양대는 40문항 중 32문항을 독해로 채워 독해 전용 시험이 됐다. 이 영역은 어휘보다 개념 사전(식민/탈식민, 타자, 규율권력, 시뮬라크르, 물화)이 없으면 지문이 읽히지 않는다.
§ 05
품질 — 기출 지문의 절반은 교재에 쓸 수 없다
수확 과정에서 자기완결성 기준 여섯 가지를 적용했다. 검토한 지문의 약 55~60%가 탈락했다. 탈락 사유는 다음 순서로 많았다.
150단어 미만 단락 조각 — 한양대·서강대·건국대의 단락형 빈칸. 90~145단어짜리가 대량이다.
지문 전체를 요구하는 문항 부재 — 어휘·일치 문항만 딸려 있어 지문을 다 읽지 않아도 풀린다.
앞 문맥을 전제하는 시작 — “This is why…”, “Such people…”, “The researchers were looking at…” 원문 중간에서 잘라 온 티가 그대로 남은 경우.
미완결 — 예시를 나열하다 끝나거나, 결론 없이 질문으로 닫히거나, 문장이 잘려 있다.
OCR 훼손 — 위치 표시([A]~[E])나 영어 본문이 파손된 경우. 추측 복원은 하지 않고 버렸다.
이것이 교재의 편집 원칙이 된다시중 기출 문제집은 시험지를 그대로 옮기므로 위 조각들이 그대로 실린다. 학생은 “왜 이 지문은 읽어도 모르겠지?”를 자기 실력 탓으로 돌린다. 실제로는 지문이 잘려 있어서 읽히지 않는 것이다.
§ 06
이 분석이 교재 설계에 주는 여섯 가지 답
단문 규격은 200~260단어. 상위권 실전과 정확히 겹치는 구간이다.
장문은 지구력 훈련으로 규정하고, 재현 세트는 300~550단어로. 600단어 이상은 기출에 없다.